2010년 10월 31일 일요일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넘 좋아, 실제 결혼생활에 대한 에세이.
에쿠리 가오리의 소설이랑은 또 다른 느낌.
이거 읽으니까 진짜 결혼하구 싶다.
책 젤 앞장에는 언니 X-boy friend 의 편지가 적혀 있던데,
나두 한땐 로망이었지 책 젤 앞장에 편지를 적어서 선물하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근데 그 선물한 책의 제목도 기억 못하는걸 보면서
무슨생각을 했더라..
쨌든,
맘에 드는 구절을 옮겨 적으려다가 책 한권 다 옮겨 적을뻔 했다.


화해란 요컨데 이 세상에서 해결 따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인생에서 떠나가지 않는 것,
자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을 내쫒아내지 않는 것, 코스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는 것.
킵 레프트는 정말 처절하다. 그리고 때로는 터무니없을 만큼 어리석다.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편하니까.

때로, 외간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외간 여자란 요컨대 아내가 아닌 여자.
남편은 외간 여자를 좋아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좋은 사람 이라고는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늘 인상이 좋으니까. 외간 여자니까. 화를 내면서 울지도 않고 
남편의 결점을 지적하지도 않으니까.
'침대에서 자'
나는 남편을 흔들고 잡아당긴다. 남편은 성가시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다.
'여기서 자면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니까 침대에서 자라고.'
이런 때, 외간 여자가 이렇게 하듯 아무 말없이 살짝 담요만 덮어주면, 다음날 반드시
이런 말을 듣고 만다.
'왜 침대에서 자라고 그러지. 밤새 바닥에서 잤더니 온 몸이 쑤시고 아프잖아.'
한참을 흔들고 잡아당겨서야, 남편은 투덜투덜 일어선다.
'거, 되게 귀찮게 구네.'
나는 왜 내가 귀찮게 여겨져야 하는지 몰라 떨떠름한 기분을 느끼면서 침실로 들어가는
남편의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샘 서피>란 영화에 '자립 같은 거 관심없어. 인생은 의존의 게임이니까' 란 대사가 있었다.
의존은 하기도 무척 어렵지만 용기도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만사에 속도가 느려서, 타인을 도와주기보다는
도움을 받는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더욱이 의존을 두려워했고, 지금까지 줄곧 무슨 일이든 혼자서 할수 있도록(결과는
둘째치고) 이라고 마음에 새겨왔다.
기대도 괜찮은데. 의존해도 괜찮은데.
어느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때의 거북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색깔 있는 세계란 아마도 의존과 관계가 있으리라.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의존도 있다는 것을, 남편을 만나고서야 처음 알았다.

나는 남편과 있을 때는 무거운 것을 절대로 들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남편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밤 길을 같이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에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줘야 하고,
때로 사치스런 초콜릿을 사다주면 좋겠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안심시켜 주기를 바란다.
올바르지 않아도 전혀 상관 없으니까 그래주었으면 한다.

결혼하고야 내가 지겹도록 사리정연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혼이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니, 거의 심신의 파멸.
다만 결혼 하고야 나는 분노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이 한층 혼란스럽다.
그러나 결국 결혼이랑 그럼에도 혼자이길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지 않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있는 것.
이런 것하고 비슷하다.
'devil food'.  알코올 중독자의 올코올처럼,
알면서도 멀리할 수 없는 음식물은 'devil food' 라고
하는 모양인데, 다이어트 책에 쓰여 있었다.
남편은 아마도 나의 'devil person'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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